세 갈래가 있습니다
국민연금법은 받기 시작하는 시점을 세 가지로 나눠 두었습니다.
노령연금은 가입 기간 10년 이상이고 태어난 해에 맞는 개시 나이가 됐을 때부터 평생 받는 것입니다. 기본연금액에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해 받습니다.
조기노령연금은 가입 기간 10년 이상이고 조기 개시연령이 됐으며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 신청하면, 원래 개시 나이 전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연기노령연금은 반대입니다. 수급권을 얻은 뒤 개시 나이 도달일부터 5년이 될 때까지 연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미루는 것입니다.
세 갈래를 합치면 받기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의 폭이 10년입니다. 1969년 이후 출생자를 예로 들면 원래 개시 나이가 65세이고, 조기로는 60세부터, 연기로는 70세까지 미룰 수 있습니다. 이 10년 사이 어디를 고르느냐가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매달 들어올 금액을 정합니다.
그런데 이 결정을 도와주는 사람이 대개 없습니다. 회사는 퇴직 절차만 안내하고, 연금은 본인이 알아서 신청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당장 급한 사정에 밀려 조기를 택하고, 몇 년 뒤에 그 선택이 평생 간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결정하기 전에 두 금액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달라집니다.
일찍 받으면 얼마나 깎이나
조기노령연금액은 받기 시작하는 나이로 정해집니다. 부양가족연금액을 뺀 노령연금액에 아래 비율을 곱하고, 거기에 부양가족연금액을 다시 더합니다(국민연금법 제63조 제2항).
한 살 당길 때마다 6%p씩 줄어듭니다. 다섯 살을 당기면 70%가 되니 30%가 깎이는 셈입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신청일이 연령도달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이후이면 1개월마다 0.5%를 더합니다. 55세 생일이 지나고 바로 신청하지 않고 반년쯤 지나 신청하면 70%가 아니라 73%가 되는 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비율이 평생 간다는 점입니다. 원래 개시 나이가 됐다고 100%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당장 5년이 급한 사정과 앞으로 20년, 30년을 덜 받는 결과를 저울에 같이 올려야 합니다.
조기로 받다가 일을 시작하면
조기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60세 미만인 사람이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면 그 기간의 연금은 지급이 멈춥니다(국민연금법 제66조 제1항). 본인이 지급을 멈춰 달라고 신청해도 멈춥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급이 멈추면 다시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됩니다. 보험료를 낼 수 있고, 나중에 다시 받겠다고 신청할 때 늘어난 가입 기간을 합쳐서 연금액을 다시 계산합니다.
그러니까 조기로 받기 시작했다가 사정이 바뀌어 일을 하게 됐다면, 그것이 손해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멈춘 동안 보험료를 내면 나중에 받을 금액이 올라갑니다. 어떻게 되는지는 1355에 본인 상황을 말하고 확인하시면 됩니다.
늦게 받으면
연기노령연금은 개시 나이 도달일부터 5년의 기간 동안 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미루는 것입니다(국민연금법 제62조 제1항).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미룰 수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지금 얼마쯤은 필요한데 전액을 받기는 아깝다면 일부만 받고 나머지를 미루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미룬 만큼 나중에 받는 금액이 올라갑니다. 구체적인 가산 비율과 본인 경우의 금액은 1355에 물어보시면 계산해 줍니다.
연기를 택할 만한 상황은 정해져 있습니다. 개시 나이가 됐는데도 계속 일하고 있어 당장 연금이 없어도 생활이 되는 경우입니다. 이때 연금을 그냥 받으면 소득활동에 따른 감액이 걸려 어차피 깎인 금액을 받게 됩니다. 깎인 채로 받느니 미뤄서 나중에 더 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반대로 연기를 권하기 어려운 경우도 분명합니다. 지금 생활이 빠듯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 오래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면 미루는 쪽이 유리하지 않습니다. 이 판단은 남이 대신해 줄 수 없고, 숫자만으로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 판단하는 기준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울에 올릴 것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다른 소득이 있는가. 조기는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아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일하고 있다면 애초에 대상이 아닙니다.
개시 나이까지 몇 년이 비는가. 60세에 퇴직했는데 연금은 65세부터라면 그 5년을 무엇으로 버틸지가 먼저입니다. 퇴직연금, 실업급여, 기초생활보장 같은 다른 길을 먼저 확인한 뒤에도 답이 없을 때 조기를 봅니다.
건강과 가족력. 오래 받을수록 늦게 시작하는 쪽이 유리한 구조입니다. 이건 사람마다 사정이 달라 남이 정해 줄 수 없습니다.
기초연금과의 관계. 65세 이후 기초연금을 함께 받을 수 있는데, 노령연금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기초연금이 최대 50%까지 깎일 수 있습니다(기초연금법 제5조 제5항). 두 가지를 같이 놓고 봐야 전체 금액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