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가 시작된 날, 가장 위험한 선택
연체는 대개 조용히 시작됩니다. 카드 결제일에 잔액이 조금 모자랐고, 다음 달에 메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달이 더 어려웠던 식입니다. 이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한 군데만 더 빌려서 막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연체가 잡힌 상태에서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새 대출을 잘 내주지 않습니다. 정책서민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년 1월 2일 개편된 햇살론 특례보증은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이면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지, 연체 중인 사람을 위한 창구가 아닙니다. 그래서 연체 기록이 있는 사람에게 '그래도 빌려주겠다'며 먼저 문자나 전화로 접근하는 곳은 불법사금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새로 빌린 돈이 앞으로 받을 채무조정의 폭을 좁힌다는 점입니다. 빚을 줄여주는 제도로 가는 문이 급해서 낸 새 빚 때문에 좁아집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빌리기 전에 조정을 먼저 봐야 합니다.
새로 빌린 돈이 채무조정 자격을 좁힙니다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의 지원 대상 요건 안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최근 6개월 안에 새로 생긴 채무액이 총 채무액의 30% 미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선을 넘으면 지원 대상 요건에 걸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 생긴 채무'는 은행 신용대출만이 아닙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마이너스 통장에서 끌어 쓴 금액, 리볼빙으로 이월된 금액이 모두 빚으로 남습니다. 급한 마음에 카드 세 곳에서 현금서비스를 당겨 쓰면, 여섯 달 뒤 상담 창구에서 그 기록이 그대로 보입니다.
본인 사례에서 이 30%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는 상담 과정에서 채무 내역과 증빙으로 따집니다. 미리 혼자 판단하지 말고 1600-5500에서 확인하세요. 이미 최근에 대출을 받았다면 숨기지 말고 그대로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숨겨도 채무 내역서에 다 나옵니다.
먼저 할 일 하나, 연체가 며칠째인지 세기
채무조정 제도는 연체가 며칠째인지에 따라 갈립니다. 그러니 오늘 필요한 건 계산기가 아니라 달력입니다. 카드사·은행 앱에 들어가 채무마다 '최초 연체일'을 적고, 오늘까지 며칠인지 세어 종이 한 장에 정리하세요.
신용회복위원회 제도는 크게 세 단계입니다. 연체 위기이거나 연체 30일 이하면 신속채무조정, 연체 31일 이상 89일 이하면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3개월(90일) 이상이면 개인워크아웃입니다. 늦어질수록 감면 폭은 커지지만 신용정보에 남는 흔적도 함께 커집니다.
신용정보에 남는 기준도 알아두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연체금액 30만 원 이상에 연체일수 30~90일 미만이면 단기연체로 1년간 신용점수에 반영되고, 연체금액 100만 원 이상에 90일 이상이면 장기연체로 5년간 반영됩니다. 90일이 하나의 벽입니다.
먼저 할 일 둘, 금융회사에 직접 요청하기
신용회복위원회로 가기 전에, 돈을 빌린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하는 길이 2024년 10월 17일부터 열렸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 만든 '채무조정 요청권'입니다. 원금이 3천만 원 미만인 개인금융채권을 연체 중이면 계좌별로 요청할 수 있고, 서면·전화·방문이나 앱·온라인으로 신청합니다. 준비물은 채무조정요청서, 소득증빙 같은 변제능력 자료, 개인(신용)정보 조회·수집·이용·제공 동의서, 신분증입니다. 채무조정안도 함께 내지만 직접 쓰기 어려우면 생략할 수 있으니, 서식 때문에 미루지 마세요.
요청하면 금융회사는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안에 결정 내용을 알려야 하고, 조정하기로 했다면 통지받은 날부터 다시 10영업일 안에 조정서를 씁니다. 요청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그 주택에 대한 경매 신청과 그 채권의 양도가 제한됩니다. 거절당하더라도 금융회사는 법원 회생과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안내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보완 요청에 3회 이상 응하지 않거나 변제능력에 변동이 없는데 다시 내면 거절될 수 있으니, 회사가 서류를 더 달라고 하면 그때 바로 챙기세요.
같은 법은 추심도 묶었습니다. 추심자는 채권별로 7일에 7회를 넘겨 연락할 수 없습니다. 재난이거나 본인·배우자의 직계존비속에게 수술·입원·혼인·장례가 있으면, 3개월 이내에서 합의한 기간 동안 추심을 유예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된다면 증빙을 갖춰 채권자에게 요청하세요.
연락 자체를 줄이는 권리도 있습니다. 1주일에 28시간 범위에서 연락받지 않을 시간대를 지정할 수 있고, 방문·전화·문자·이메일·팩스 가운데 두 가지 이하의 수단을 골라 그 수단으로는 연락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방문과 전화를 동시에 지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 대출금액 5천만 원 미만이라면 기한이익이 상실된 뒤에도 아직 기한이 오지 않은 채무 부분에는 연체이자를 물릴 수 없으니, 지금 청구서의 연체이자가 이 규정에 맞는지 금융회사에 물어보세요.
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 무엇이 다른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은 금융회사들이 맺은 신용회복지원협약에 근거해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인하, 채무 감면을 하는 절차입니다. 프리워크아웃은 30일 초과 90일 미만 단기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기간을 늘리고 이자율을 내려 연체가 길어지는 것을 막는 쪽입니다. 감면되는 것은 연체이자이고, 원금과 정상이자는 그대로 갚습니다.
개인워크아웃은 연체가 3개월 이상 쌓인 경우입니다. 지원 대상은 총 채무액 15억 원 이하(신용 5억 원, 담보 10억 원), 최근 6개월 내 신규 채무 30% 미만,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심의위원회가 상환 가능하다고 인정한 사람입니다. 정부 안내에 따르면 이자는 전액 감면되고, 원금은 상각채권 최대 70%·미상각채권 최대 30%까지, 기초수급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최대 90%까지 감면될 수 있습니다.
취약계층에는 별도의 지원이 붙습니다. 원금 500만 원 이하를 1년 이상 연체한 기초수급자·중증장애인은 1년간 상환을 유예받고, 그 뒤에도 상환능력이 나아지지 않으면 원금이 전액 감면될 수 있습니다. 30일 이하 단기연체 취약층은 원금 최대 15%, 90일 이상 연체 뒤 1년 이상 성실히 갚은 34세 이하 청년은 최대 20%까지 감면 대상이 됩니다. 본인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상담 때 반드시 물어보세요.
상환은 무담보 채무 최장 8년 분할이고, 차상위계층 이하 소득자는 최장 10년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담보 채무는 거치기간 최대 3년에 분할상환 최장 20년입니다. 사정이 나빠지면 6개월 단위로 최장 3년까지 상환을 유예할 수 있고, 유예 기간의 이자율은 2% 이내입니다. 위 숫자는 2026년 9월 3일 기준 정부 안내에 실린 내용이니, 본인에게 실제로 적용될 조건은 1600-5500이나 사이버상담부(cyber.ccrs.or.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신청 다음 날 추심이 멈춥니다. 대신 카드가 멈춥니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다음 날 협약에 가입한 금융회사의 추심이 중단됩니다. 2024년 6월 21일부터는 통신채무도 같은 신청으로 함께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20개사, 휴대폰결제사 6개사를 합쳐 29개 업체가 참여해 시장의 98~99%를 덮습니다. 하루 종일 울리던 전화가 멎는 것이 신청의 가장 큰 실질적 효과입니다.
대신 신용카드가 막힙니다. 신용카드로 쓴 돈은 이미 빚이라 조정 대상에 들어가고, 그 순간부터 그 카드로 새로 결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카드에 걸어둔 자동이체입니다.
신청하기 전에 자동이체를 한 번 정리하세요. 통신비, 보험료, 월세와 관리비, 전기·가스·수도 요금, 아이 학원비, 구독 서비스, 대중교통 정기권이 흔히 카드에 걸려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두면 결제가 줄줄이 실패하면서 조정과 무관한 곳에서 새 연체가 생깁니다. 특히 통신비가 밀려 휴대전화가 정지되면 정작 신용회복위원회 연락도 못 받게 됩니다.
옮길 곳은 체크카드나 입출금 계좌입니다. 체크카드는 계좌 잔액 안에서만 쓰는 것이라 조정 중에도 쓸 수 있습니다. 급여가 들어오는 계좌에 예전 대출의 자동이체가 걸려 있다면 급여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카드가 정확히 언제부터 정지되는지는 상담 때 반드시 물어보고, 그 날짜 전에 옮기세요.
조정되지 않는 빚이 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지원협약을 체결한 금융회사의 채권을 대상으로 합니다. 협약 밖에 있는 빚은 신청해도 그대로 남습니다. 이 점을 모르고 신청했다가 '조정했는데 왜 아직 독촉이 오느냐'고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약 밖으로 남기 쉬운 것이 개인 간에 빌린 돈, 체납한 국세·지방세, 건강보험료 같은 공적 부담금,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자에게 빌린 사채입니다. 그래서 카드빚은 조정됐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압류 예고장은 계속 오는 상황이 생깁니다. 본인의 채권 하나하나가 협약 안에 있는지는 1600-5500에 채권자 이름을 대고 물어보면 됩니다.
그러니 상담을 예약하기 전에 종이를 하나 더 만드세요. 금융회사 빚과 협약 밖으로 보이는 빚을 나눠 적고 각각 얼마인지 합산하는 겁니다. 협약 밖 빚의 비중이 크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만으로는 생활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 경우 법원 절차를 함께 봐야 합니다.
사채가 섞여 있다면 금융감독원 1332로 전화해 연결 후 3번(불법사금융 피해 상담 및 신고)을 누르세요. 금융감독원 서민금융1332 홈페이지에서는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로 상대가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할 수 있고, 불법사금융 이자율 계산기로 지금 물고 있는 이자가 얼마인지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계산 결과를 들고 1332에 물어본 뒤 갚아도 늦지 않습니다.
개인회생·파산으로 넘어가는 기준
개인회생은 장래에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해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개인이 신청합니다. 채무 한도는 무담보채권 10억 원 이하, 담보부채권 15억 원 이하입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제1호). 변제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이고, 사정에 따라 최대 5년까지 갑니다(같은 법 제611조제5항 단서). 그 기간 수입에서 생계비를 뺀 금액을 갚으면 남은 채무는 면책받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계속적 수입'은 정규직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급여소득자는 급여·연금·아르바이트처럼 정기적이고 확실한 수입이면 되고, 영업소득자는 부동산임대소득·사업소득·농업소득처럼 반복해 얻을 가능성이 있으면 됩니다.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이라고 미리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또 개인회생은 변제계획이 인가되면 연체정보 등록이 해제됩니다.
반대로 가진 재산으로도 갚을 수 없고 앞으로 갚을 수입도 없는 상태라면 개인파산·면책 쪽입니다. 개인회생이 3~5년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면책받는 절차라면, 개인파산은 파산선고 뒤 면책결정으로 채무에서 벗어나는 절차입니다. 신청은 관할 법원이나 법원 전자소송포털(ecfs.scourt.go.kr)에서 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로 갈지 법원으로 갈지는 대개 세 가지에서 갈립니다. 협약 밖 채무(사채·세금·개인 간 빚)의 비중이 얼마인지, 지금 소득으로 최장 8년 안에 갚을 수 있는 규모인지, 압류나 경매가 이미 진행 중인지입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두 곳에서 각각 상담을 받아 비교하세요. 어느 쪽 상담도 그 자리에서 결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혼자 하지 않아도 됩니다, 1600-5500, 132, 1332
개인회생·파산은 서류가 많고 법원 절차라 혼자 감당하기 버겁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국번 없이 132로 상담을 받습니다. 사무실 면접상담은 평일 오전 10시~12시, 오후 1시~5시에 하고, 홈페이지(klac.or.kr) 사이버상담도 있습니다. 법률구조 대상이 되면 변호사나 공익법무관이 신청서 작성부터 파산·회생 신청, 면책·변제계획 인가까지 이어서 도와줍니다. 대상자 기준의 하나가 월평균 수입 260만 원 이하인데(2026년 9월 3일 기준), 개인회생·파산은 별도 기준이 있을 수 있으니 132에 본인의 월 소득과 가구원 수를 말하고 확인하세요. 방문할 때는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법률구조 대상자 소명자료, 주장사실 입증자료를 챙기면 한 번에 끝납니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은 1600-5500으로 전화하거나 사이버상담부(cyber.ccrs.or.kr), 전용 앱, 전국 50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방문으로 신청합니다. 준비물은 신분증, 금융회사별 채무 내역, 소득을 보여줄 자료입니다. 근로자는 급여명세서나 급여통장 입금내역, 자영업자는 사업자등록증명원과 소득금액증명을 준비하세요. 정확한 목록은 채무 상황마다 다르니 상담 예약 때 물어보고 미리 떼어두면 재방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신청비가 있는지, 얼마인지, 기초수급자 등은 면제되는지는 본인 조건에 따라 다르므로 1600-5500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확실한 것은 채무조정을 본인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신 해주겠다'며 수수료를 먼저 요구하는 곳은 거칠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문자나 전화로 먼저 접근해 채무조정을 대행해주겠다거나, 조정을 받으려면 먼저 얼마를 갚아야 한다거나, 신용정보를 지워주겠다고 하는 연락은 응하지 말고 1332로 신고하세요. 연체는 오늘 시작됐지만 절차는 시간을 두고 흘러갑니다. 오늘 할 일은 새로 빌리는 일이 아니라 전화 한 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