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되돌릴 수 있나
기간이 며칠 남았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시작하는 날이 경우마다 다릅니다.
기본은 계약 내용이 적힌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입니다. 주문 확인 메일이나 문자가 그 서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물건이 그보다 늦게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럴 때는 물건을 받은 날부터 7일을 셉니다. 주문한 날이 아니라 택배를 받은 날입니다. 주문하고 배송이 열흘 걸렸다면 이미 기간이 지난 것이 아니라, 받은 날부터 다시 이레가 있는 것입니다.
서면을 아예 못 받았거나, 받았는데 판매자 주소가 적혀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판매자 주소를 알게 된 날부터 7일입니다. 연락처를 숨겨 둔 쇼핑몰이라고 해서 기간이 그냥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가장 길게 잡히는 경우가 따로 있습니다. 광고나 계약 내용과 물건이 다르면 받은 날부터 3개월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는 30일입니다. 순모 100%라고 적혀 있어서 샀는데 합성섬유가 섞여 있었다면, 스무 날이 지났어도 늦지 않았습니다.
환불 불가라고 적혀 있어도
쇼핑몰 공지사항에서 이런 문구를 자주 보셨을 것입니다.
이런 문구는 효력이 없습니다.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들어간 구매계약을 무효로 봅니다. 쇼핑몰이 적어 두었다고 해서 내 권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문구를 붙이는 것 자체가 판매자의 위법 행위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와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실제 분쟁조정 사례집에 방해 문구의 본보기로 실려 있는 것들입니다.
특히 헷갈리기 쉬운 것이 포장 개봉입니다. 내용물을 확인하려고 포장을 뜯은 것은 훼손이 아닙니다. 상자를 열어 보지 않고는 무엇이 왔는지 알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인데, "개봉하면 환불 불가"라고 적어 두는 곳이 많습니다.
세일 상품이나 적립금으로 산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값을 깎아 팔았다는 이유로 청약철회를 막을 수 없습니다. 현금으로 샀으면 현금으로 돌려받습니다. 적립금으로만 돌려주겠다는 것도 효력이 없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경우, 그리고 그 예외
물론 전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정해 둔 제한 사유가 있습니다.
내 잘못으로 물건이 부서졌거나, 써 보아서 값이 뚜렷하게 떨어졌거나, 복제할 수 있는 물건의 포장을 뜯었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이미 받기 시작한 경우입니다. 내 주문에 맞춰 따로 만든 물건도 여기 들어갑니다. 다만 이 경우는 사전에 따로 알리고 내 서면 동의를 받았을 때만 해당합니다.
여기서 아는 사람이 드문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판매자가 "이 물건은 청약철회가 안 된다"는 사실을 포장이나 화면에 분명히 적어 두지 않았다면, 위 제한 사유에 걸리더라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시험 사용 상품을 주는 것도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안 된다는 표시만으로는 부족하고, 미리보기나 미리듣기, 사용 기간을 정한 이용, 기능을 제한한 체험판 가운데 하나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콘텐츠에 관한 정보라도 주어야 합니다.
나눌 수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라면 아직 받지 않은 부분은 제한 대상이 아닙니다. 열두 달치를 결제하고 두 달을 썼다면 나머지 열 달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반품 배송비는 누가 내나
되돌리기로 했다면 그다음 문제는 배송비입니다.
내 사정으로 반품하면 배송비는 내가 냅니다. 신발 치수가 안 맞아서 돌려보내는 경우가 여기 해당하고, 왕복 택배비를 부담하게 됩니다.
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과 다르게 이행된 물건이면 판매자가 냅니다. 이 구분이 금액을 가릅니다. 그래서 상품 상세 페이지를 캡처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페이지가 수정되면 무엇이 달랐는지 보일 방법이 없어집니다.
묶음배송에서 자주 다툼이 생깁니다. 5만원 넘게 사서 무료배송으로 두 벌을 받았는데 한 벌에 하자가 있는 경우입니다. 판매자가 "무료배송이었으니 택배비를 입금해야 반품해 주겠다"고 하는 일이 있는데, 처음 계약 조건이 무료배송이었다면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하자로 반품하는 것이므로 택배비는 판매자가 전액 냅니다.
해외구매대행은 금액 단위가 다릅니다. 단순 변심 반품에서 소비자가 무는 돈이 상품값의 40%에 이르기도 합니다. 현지 운송료, 국제 운송료, 수입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수입대행 수수료는 낼 의무가 없습니다. 반품비를 요구받으면 영수증 같은 입증 자료를 달라고 하시고, 판매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실제로 든 비용만 공제하고 돌려주어야 합니다.
판매자가 청구할 수 없는 돈
배송비 말고 다른 명목으로 돈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은 청약철회와 관련해 판매자가 운송비, 포장비, 보관비, 취소 수수료, 반품 위약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반품 배송비만 예외입니다.
사례집에 실린 것을 보면 이렇습니다. 의류를 반품하는데 반품 배송비 외에 창고 보관비와 주문 처리 인건비를 더 달라고 한 경우, 어학시험을 신청하고 이레 안에 취소했는데 시험일까지 기간이 충분히 남아 자리를 다시 팔 수 있는데도 응시료의 40%를 취소 수수료로 떼고 준 경우입니다. 둘 다 청구할 수 없는 돈입니다.
돈은 언제 들어오나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지나면 이자가 붙습니다.
기준일이 세 가지로 나뉩니다. 물건을 샀다면 판매자가 물건을 돌려받은 날, 서비스나 디지털 콘텐츠라면 청약을 철회한 날, 물건을 아직 못 받았다면 역시 청약을 철회한 날입니다. 거기서 3영업일입니다.
늦으면 늦은 기간만큼 연 15%의 지연이자를 따로 주어야 합니다. 환급을 재촉할 때 이 조항을 함께 말하면 이야기가 빨라집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쇼핑몰이 휴업 중이거나 영업정지를 당했더라도 반품과 환급 업무는 계속해야 합니다. "지금 휴업이라 처리가 안 된다"는 답은 법이 인정하지 않습니다.
카드로 결제했다면
카드 결제는 돈이 돌아오는 경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판매자는 환급할 때 지체 없이 카드사에 청구 정지나 취소를 요청해야 합니다. 이미 카드사에서 돈을 받아 갔다면 그 돈을 카드사에 돌려주고 나에게 알려야 합니다.
판매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걸 안 하면, 나는 카드사에 그 판매자가 카드사에 갚을 다른 돈과 상계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카드사마저 이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미루면 그 대금의 결제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때가 중요합니다. 결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판매자나 카드사가 나를 연체자나 신용불량자로 처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신용에 흠이 갈까 봐 참고 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일이 아닙니다.
카드로 결제한 선지급 거래에는 에스크로 의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물건을 못 받았을 때 카드사가 결제 취소에 협력할 의무가 법에 적혀 있습니다.
결제하기 전에 확인할 것
돈을 먼저 보내는 거래라면 안전장치를 고를 수 있습니다.
결제대금예치제도, 이른바 에스크로는 은행이나 결제대행업체가 내 결제대금을 맡아 두었다가 배송이 끝난 뒤에 판매자에게 넘기는 장치입니다. 물건을 받기 전에 돈부터 보내는 거래라면 소비자가 이용하겠다고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하면 판매자는 따라야 합니다.
대신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돈을 냈는데 물건을 못 받았을 때 보험으로 메우는 구조입니다.
둘 다 안 해 두고 표지만 붙여 놓는 곳이 있습니다. 에스크로 계약이나 보험계약을 맺지 않았는데 맺은 것처럼 표지를 쓰면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표지가 보이면 그것이 진짜인지 확인할 만합니다.
정기결제도 짚고 가겠습니다. 무료 체험이 유료로 바뀌거나 정기결제 금액이 오를 때는 그 전 30일 안에 일시와 가격, 결제 방법을 알리고 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해지 방법도 함께 알려야 합니다.
고지 없이 자동결제가 두 달 넘게 빠져나갔다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결제가 내 진짜 뜻이었다는 것은 사업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휴대폰 소액결제라면 결제대행사 고객센터나 휴대폰·ARS결제 중재센터(1644-2367)에 취소와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결제한 경우도 있습니다. 법정대리인이 동의하지 않은 계약은 미성년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고, 쇼핑몰은 이 사실을 미성년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