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가 있다는 것부터 아셔야 합니다
가게에서 "저희 규정상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더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그 말이 마지막이 아닙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분쟁을 풀기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입니다.
두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분쟁해결의 일반 원칙을 정한 일반적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그리고 품목마다 보상 기준을 정한 품목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입니다.
당사자 사이에 따로 정한 것이 없으면 이 기준이 적용됩니다. 계약서에 아무 말이 없다면 이쪽을 근거로 삼으시면 됩니다.
일반 원칙부터 보겠습니다
품목을 따지기 전에, 어떤 물건에든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칙이 있습니다.
품질보증기간 안이라면 수리와 교환, 환급에 드는 비용은 사업자가 냅니다.
수리를 맡겼는데 1개월이 지나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품질보증기간 안이면 같은 종류의 물건으로 바꿔 주고, 그것이 안 되면 환급해야 합니다. 보증기간이 지났다면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감가상각한 금액에 10%를 더해서 환급합니다.
돈을 내고 수리했는데 2개월 안에 같은 고장이 다시 나면 무상으로 고쳐 줘야 합니다. 못 고치면 받았던 수리비를 돌려줍니다.
- 소비자가 잘못 다뤘거나, 천재지변으로 고장 났거나, 지정수리점이 아닌 곳에서 고치다 손상된 경우는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 교환은 같은 종류로 하되 그것이 불가능하면 유사물품으로 합니다. 유사물품을 원하지 않으면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 할인판매된 물건도 교환 대상입니다.
영수증을 버리지 마세요
환급 금액을 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칙은 거래할 때 받은 영수증에 적힌 가격입니다.
적힌 가격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다른 금액을 주장하는 쪽이 그것이 실제 거래가격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영수증이 있으면 증명 부담이 상대에게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영수증이 없어 실제 거래가격을 증명할 수 없으면 그 지역에서 거래되는 통상적인 가격이 기준이 됩니다. 실제로 낸 값보다 낮게 잡힐 수 있습니다.
유리한 기준을 고를 수 있습니다
기준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규칙을 알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다른 법령의 분쟁해결기준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면 그쪽이 먼저 적용됩니다.
같은 피해에 대해 품목별 기준이 두 가지 이상 정해져 있으면, 소비자가 고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사업자가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내 품목에 기준이 아예 없다면 비슷한 품종의 기준을 가져다 씁니다.
안 되면 1372로
협의가 안 되면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시는 분이 많은데, 돈이 들지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사실조사를 거쳐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합의를 권고합니다. 강제력은 없지만 비용이 들지 않고 빠릅니다.
신청서가 접수된 뒤 30일 안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절차가 끝납니다. 다만 의료, 보험, 농업, 어업 사건이나 원인 규명에 시험·검사가 필요한 사건은 60일 범위에서 연장될 수 있습니다.
30일(연장된 경우 최대 90일)이 지나도 합의가 안 되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로 사건이 넘어갑니다.
- 신청은 원칙적으로 서면입니다. 급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만 말이나 전화로 됩니다.
-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소비자피해구제기구나 소비자단체를 통해서도 됩니다.
- 처리 중에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면 그때부터 절차가 중지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조정 결정은 반드시 읽으세요
분쟁조정 단계에서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조정을 마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연장하는데, 그때는 사유와 기한을 알려 줍니다.
조정 결정이 나면 즉시 당사자에게 통지됩니다. 통지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아무 의사표시가 없으면 수락한 것으로 봅니다.
거부하시려면 서면으로 수락 거부의 뜻을 밝혀야 합니다. 전화로 불만을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정이 성립되면 조정서가 작성되고, 그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즉 그 일로 다시 소송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원과 법원, 어느 쪽인가
두 길의 성격이 다릅니다.
소비자원 쪽은 돈이 들지 않고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합의 권고 자체에는 강제력이 없지만,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힘을 가집니다.
법원 쪽은 인지대와 송달료가 들고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판결은 집행할 수 있습니다.
순서를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소비자원을 먼저 거치고, 조정이 불성립되면 그때 법원으로 갑니다. 3,000만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심판이 있고 지급명령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