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보증과 연대보증은 다릅니다
같은 보증이라는 말을 써도 책임의 무게가 다릅니다.
단순보증인에게는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있습니다. 채권자가 나에게 갚으라고 하면, 주채무자에게 갚을 재산이 있고 집행도 쉽다는 것을 증명해서 "저 사람한테 먼저 가세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연대보증인에게는 그 권리가 없습니다. 채권자가 주채무자에게 청구해 보지도 않고 나에게 먼저 청구해도 갚아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거래에서는 대부분 연대보증을 요구합니다.
- 보증이 상행위이거나 주채무가 상행위로 인한 것이면 언제나 연대보증이 됩니다(「상법」 제57조 제2항).
- 최고·검색의 항변을 했는데도 채권자가 게을리해서 주채무자에게 받지 못했다면,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받았을 한도에서 보증인은 의무를 면합니다.
보증인을 지키는 특별법이 있습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대가 없이 호의로 선 보증 때문에 인생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만든 법입니다.
보증계약을 맺거나 보증기간을 갱신할 때는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얼마까지 책임지는지가 종이에 적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근보증은 더 엄격합니다. 계속되는 거래에서 앞으로 생길 채무까지 보증하는 것이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고액을 서면에 특정하지 않은 근보증계약은 효력이 없습니다.
보증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3년으로 봅니다. 이렇게 간주되는 기간은 계약할 때나 갱신할 때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알려 주어야 합니다.
- 채권자가 내 승낙 없이 채무자의 변제기를 연장해 줬다면, 채권자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나는 즉시 보증채무를 이행할 수 있습니다.
- 이 법을 어기면서 보증인에게 불리하게 맺은 약정은 효력이 없습니다.
채권자에게는 알려 줄 의무가 있습니다
"연체된 지 몇 년 됐는데 이제야 알려 준다"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그래서 통지의무가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 채권자는 주채무자가 3개월 이상 안 갚으면 지체 없이 알려야 합니다. 금융기관은 1개월입니다. 기한에 못 갚을 것을 미리 알게 된 경우에도 알려야 합니다.
민법은 여기에 하나를 더 얹습니다. 주채무자의 신용정보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을 알게 된 경우에도 알려야 합니다.
내가 물어보면 주채무의 내용과 갚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 주어야 합니다. 궁금하면 물어볼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통지의무를 어겨서 내가 손해를 입었다면 그 한도에서 채무를 면합니다. 민법은 법원이 보증채무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에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채권자로 보증계약을 맺을 때는,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받은 채무자의 신용정보를 보증인에게 보여 주고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대출정보, 채무보증정보, 연체정보, 대위변제정보, 대지급정보, 부도정보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걸 보고서도 보증을 설 것인지 판단하라는 취지입니다.
보여 주지 않았다면 계약 당시의 신용정보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요구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응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안에 보증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습니다. 통고를 받은 날부터 1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생깁니다.
갚으라는 청구를 받았다면
청구서를 받았다고 바로 갚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따져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가지고 있는 항변을 보증인이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주채무자가 그 항변을 포기했더라도 나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받을 돈이 있으면 상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주채무자에게 취소권이나 해제권, 해지권이 있는 동안에는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보증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고 전부 갚아 버린 경우, 그 주장을 할 수 있었던 범위에서는 다른 연대보증인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2다1321 판결).
따져 보지 않고 갚으면 나중에 되찾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청구를 받으면 먼저 상담을 받으세요.
이 법의 보호를 못 받는 경우
특별법은 대가 없이 호의로 선 보증을 지키는 법입니다. 그래서 사업과 얽힌 보증은 빠집니다.
기업의 대표자, 이사, 무한책임사원, 과점주주,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람이 그 기업의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하면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업자가 동업과 관련한 동업자의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 신용보증기금처럼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금이 보증하는 경우도 빠집니다.
다만 특별법 보호에서 빠져도 민법상 통지의무와 항변권은 그대로 남습니다.
알아 두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판례
연대보증과 관련해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대목입니다. 미리 알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채무가 특정된 확정채무를 연대보증했다면, 내 동의 없이 이행기를 연장해 줬더라도 보증책임을 집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4882 판결).
- 실제로 돈이 오가지 않고 형식만 새 대출로 기존 채무를 갚는 대환도, 실질은 변제기 연장이라 기존 보증책임이 그대로 남습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6077 판결).
- 반대로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의 치료비를 사정상 보증한 경우에는, 서약서에 전액이라 적혀 있어도 보증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다17334 판결).
지금 보증을 서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가장 좋은 답은 서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서야 한다면 최소한 이것만은 지키세요.
보증을 서는 대신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권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증보험회사가 보험료를 받고 채무이행을 보증하는 제도입니다.
- 채무자의 직업과 재산상태, 사업이면 업종과 전망을 확인합니다.
- 보증기간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좋아도 기간이 길어지면 달라집니다.
- 보증계약은 본인이 직접 체결합니다. 인감과 신분증을 남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 계약서에 보증의 종류와 책임범위를 확인합니다. 단순보증인지 연대보증인지 근보증인지를 봅니다.
- 보증액수, 보증기간, 주채무자 같은 주요 내용은 자필로 적고 공란을 남기지 않습니다. 나중에 내용이 바뀔 수 있습니다.
- 계약서 사본을 반드시 보관합니다.
